시인방/박영배 시인
남한강에서/ 박영배
청개구리
2020. 7. 6. 10:04

남한강에서
- 박 영 배
그리움은 끝내
슬픔으로 오는가
스러져가는 눈빛에 이끌려
강가의 갈잎들 물결로 일렁이고
봄빛 화사한 거리에서
어스레히 먼 산들 돌아앉은
시린 하늘 끝 스산한 들판을 거닐며
미친 듯 너를 불러보았지만
새벽을 기다리는 적막 속
어둠별로 떠가는 바람길
너는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으니
어찌 너를 두고 잠들 수 있으랴
오늘은 강 언덕에 올라서지만
발소리 죽이며 나를 따라 흘러오는
저 강
어둠을 거슬러
별빛보다 더 고운
물안개로 스며들 것 같은
허우적이며 가슴을 딛고 일어서는*
숨 찬 노을로 안겨 올 것 같은
저물면서
더 붉어지는 그리움이라고
밤 깊어 나를 에워 돌던 강
지쳐 잠든 갈대들 곁으로 다가와
나 대신 눈 비비며
내 앞에 서네.
*성춘복 시인의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에서 빌려옴.
-시집 「나비 바람에 날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