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강만식
자
- 강 만 식
모든 사람들은
자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자지고 있는 자가
가장 정확하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검증 안 된 자로
세상을 잰다
사람을 잰다
자기 자에 맞지 않으면
비정상에, 가짜에, 불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아무 데나 들이대는
편견의 잣대다
<해설>
그리스신화에서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 집에는 침대 하나가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안으로 불러들여 이 침대에 눕혀서 나그네의 몸이 침대의 길이다보다 길면 몸을 잘라서 죽이고, 나그네의 몸이 침대보다 짧으면 몸을 늘여서 죽였습니다. 시의 제목이 된 그 잣대에 따라 잘라 죽이거나 늘여 죽이니 무섭다 못해 섬뜩합니다. 이는 곧,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뜯어 고치려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심지어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의 횡포를 풍자한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제인 오스틴이 쓴 소설 ‘오만과 편견’은 오만과 편견이 빚어내는 사랑과 갈등을 그려낸 18-19세기의 소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잣대로 상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로맨스가 계층과 돈으로 옥조이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멋있게 보여 주는 영화입니다.
이 시는 “모든 사람들은…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가/ 가장 정확하다고 믿는다”라 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오만과 편견”을 전제로 출발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검증 안 된 자로/ 세상을 잰다/ 사람을 잰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편견의 잣대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만큼이나 무섭습니다.
강 시인는 이런 결과가 빚어내는 무서운 세상의 모습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곧, “자기 자에 맞지 않으면/ 비정상에, 가짜에, 불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아무 데나 들이대는/ 편견의 잣대다”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이기적인 편견의 잣대를 아무데나 들이댈 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시대적 담론 ‘불법과 공정’은 바로 권력자들의 ‘오만과 편견’이 빚어낸 불공정의 좋은 예입니다.
그러므로 ‘오만과 편견’의 작가는 오직 편견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사랑의 위대함이 느껴지네요.
(강민숙 시인 / 문학박사)
출처 : 전북도민일보(http://www.do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