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방/박영배 시인
만추晩秋 1/ 박영배
청개구리
2021. 10. 15. 12:53
만추晩秋 1
내 나이 막 스물을 넘겼을 때
돈 없고 애인도 없던 날
온통 천지가 휑뎅그렁하여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로 나가
완행버스 무작정 올라타고 가다가
남춘천 어디쯤에서 내려
호숫가 여인숙 뜨끈한 연탄방에
막소주 두어 병 들이켜고 누워
먼저 떼밀려와 졸던 계절,
마른 힘줄 다 빼놓고 꺼멓게 말라붙은
그 속 밤새 바라만 보다가
새벽녘에 황급히 돌아오곤 했지.
-시집 「술이나 한잔」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