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방/오늘 또 읽는 시

도레미 잔술집/ 임경순

청개구리 2020. 7. 9. 10:11

 

도레미 잔술집

 

                                        - 임 경 순

 

 

비 내리는 예물 보석 상가 뒷골목

밤이 짙을수록 어둠의 빛 눈이 시리다

검은 건반만큼이나 좁은 인도 옆

소주든 막걸리든 종이컵 한 잔 천 원

바래진 노랑 천 간판에

빨강 파랑 글씨가 펄럭인다

의자 서너 개 놓여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역대

예고 없는 비 피하며 옹기종기 이러쿵저러쿵

하루가 단조로 연주된다

한 옥타브씩 올리려 얼굴 붉히고

때론 핏대를 마디 삼아 되돌이표에 머문다

독립선언 발상지가 멀지 않은 종로 3가

혼자 찾아가서 홀로 마신다

안주는 날마다 내용이 다르니

가벼운 주머니 체면은

한 잔 술이 비워지기까지

빗소리 숨기고 편곡 중이다

 

                     - 시집 「씨앗의 집」(혜화시동인회 제4집)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