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방/성춘복 시인

폭풍의 노래/ 성춘복

청개구리 2020. 10. 9. 09:49

 

폭풍의 노래

                                            성 춘 복

 

 

바람이었네, 천둥이었네

가슴 깊은 모래펄을 쓸고 가는

가을밤의 폭풍이었네

 

고목 사이 손을 뻗으면

새 한 마리

슬퍼도 울지 않는 둥지였네

 

빗소리였네, 어둠이었네

뱃머릴 흔드는

사나운 흐름이었네

 

곤히 잠들었던 내 출항지

한 방울의 파문으로도

가라앉으려 하네

 

바람은 없었네, 어둠은 없었네

썰물과 밀물에 들고 날

나의 길은 없었네.

 

                                시선집 「폭풍의 노래」2020,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