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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새 운다/ 성춘복

청개구리 2020. 7. 4. 19:55

 

성춘복 시인 어머니 '장한 어머니상' 수상(2008), 출처: NEWSIS

뻐꾹새 운다

                             - 성 춘 복

 

 

뻐꾹새 운다

내 꿈의 어둔 층계를 딛고

저녁이면 돌아눕는 산

그 산의 숲 어디서

못 견디게 설운 뻐꾹새 운다

 

너무도 가난하여

나는 늘 혼자이고

달이 밝지 않아도 외진 골방

인연 따위도 춥다 느끼며

어디서 뻐꾹새 운다

 

타다 남은 놀 끌어다가

불길 당기고

꽃들은 피었다 시들어

가슴엔 시린 눈발

뻐꾹새 운다

 

몇 점 별빛은 떠서

내 마음 병으로 깊어가는데

눈물 속 이 적막

오, 사랑이여

나도 산꽃처럼 슬퍼 뻐꾹새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