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언제인가
땅바닥에 나뒹구는
꽃잎 하나 책갈피에 눕혀주었다
길은 등 뒤로만 길어지고
멀어진 것들이 그리워진 날
잊고 있던 시간을 찾아서
모서리 해진 책장 펼쳤을 때
막 단잠에서 깨어난 듯
누워있던 꽃잎이 한껏 기지개를 켰다
그 여윈 자태 살짝 집어올리자
꽃잎은 제 몸을 바수어
부스러기 영혼이 되어 떠나갔다
이젠 색 바랜 책장들 사이
꽃잎 한 장 곱게 스미어 있다
문득 누군가의 곁에 다가가
가만히 한 빛깔로 물들여 놓고
한 점 그리움이 된다는 것
먼 길을 돌아와야 했다.
-시집 「나비 바람에 날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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