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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에서/ 성춘복

청개구리 2021. 10. 10. 17:32

오지(奧地)에서

                         -성 춘 복

 

 

오지의

더욱 깊숙한

하늘은 둥글고

해 하나 중천에

떨어질 날이 없지만

 

빛으로 어두워진

내 눈은

사방이 무너져

황홀을 볼 수가 없다

 

빛이여

눈이 따가운 언제나의 대낮에

안락의 그림자를 흘려

어두움을 내리고

초라한 옷자락에도

선풍이 일어

고목도

바람의 갈대처럼

흔들게 하라

 

나그네여

가시일 줄 모르는

빛의 한복판

타오르는 오지에

내가 성장하듯

모든 것을 소생케 하고

빛을 거두어

나의 정원을 떠나게 하라.

                                     -시집 오지행(奧地行) 1965.

 

출처: 포토친구, 다음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