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온다면
- 박 영 배
나비가 온다면
발길에 밟힐 것쯤 각오했다
역병 따윈 무섭지도 않아
그러나 이제나저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젖은 숨소리만 출렁거리는
달빛도 비켜선 적막
길 한가운데 금 간 보도블록의
날 선 틈 헤집고 나온
꽃다지는
병든 노모 누워계신 고향엔 걱정이 되어 못 간다
마스크 벗고 소백산으로 갈까
샛강 건너 가까운 밤섬으로 갈까 지도 펴고
취소된 철쭉꽃 축제를 찾을까
나비가 온다면
천한 눈길에도 아찔해지는
봄날
혼자라도
나비가 와준다면.
-「포스트 코로나: COVID-19, 희망의 시」, 한국시인협회(2021)
출처: 포토친구(다음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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