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길
-김 현 숙
미사리에는 한 숲이 있다
매연 뒤집어쓴 생활을 벗고
알몸으로 잠길 수 있는……
산길을 끼고 흐르는 강 흐르지 않는 산
세상에는 다른 삶이 있고
그곳으로 가는 크고 작은 길들
그녀가
앞장서서 걸어가며
산행과 함께 걸어가는 인생을 보일 때
잘 생긴 소나무나
물봉선화, 벌개미취 군락에도 끌리며
아직도 내게 남은
사랑을 확인한다
자기 살을 밟혀,
문드러져 비로소 길이 되는 산
살을 베어 먹이고
사랑이란 아픔임을 눈뜨게 하는 신(神)
새벽마다 만난다
하찮은
살을 날마다 쓸고 닦으면서
마음까지 손닿지 않는
사람의 미욱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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