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방/오늘 또 읽는 시

숲 속의 길/ 김현숙

청개구리 2021. 11. 7. 12:31

숲 속의 길

                           -김 현 숙

 

 

미사리에는 한 숲이 있다

매연 뒤집어쓴 생활을 벗고

알몸으로 잠길 수 있는……

산길을 끼고 흐르는 강  흐르지 않는 산

세상에는 다른 삶이 있고

그곳으로 가는 크고 작은 길들

 

그녀가

앞장서서 걸어가며

산행과 함께 걸어가는 인생을 보일 때

잘 생긴 소나무나

물봉선화, 벌개미취 군락에도 끌리며

아직도 내게 남은

사랑을 확인한다

 

자기 살을 밟혀,

문드러져 비로소 길이 되는 산

살을 베어 먹이고

사랑이란 아픔임을 눈뜨게 하는 신(神)

새벽마다 만난다

 

하찮은

살을 날마다 쓸고 닦으면서

마음까지 손닿지 않는

사람의 미욱함을 생각한다

 

영동 월류봉 [출처: 포토친구, 다음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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