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의 시집 <실라캔스를 찾아서>
실라켄스는 육지 척추동물의 조상 물고기로 화석으로만 발견됐단다. 그런데 이 물고기가 1938년 발견됐다. 시인은 시 '실라캔스를 찾아서' 앞에 이렇게 말한다. '진화의 대세를 부정하면서 6천5백만 년을 견뎌온 실라캔스, 그 부정과 저항의 정신에 이 시를 바친다.'
시인의 무덤
시인의 무덤엔
시인의 팔 다리나, 눈 코 귀 입이나
손톱 발톱이나 머리칼 같은 것이
묻히는 것이 아니라
목련꽃이나 영산홍 같았던
전 생애가 묻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원 회원이나
문화훈장 같은 것이
묻히는 것이 아니라
가령, 김종길 시인이 서른 살 무렵에 쓴
'성탄제' 같은 시 한 편이
시인 무덤의 빗돌로 서서
쉼 없는 생명을 불러내주는 것이지
한 생애의 시가
장다리꽃 쪽으로
명주나비를 부르고
후투티 같은 새들을 불러
둥지에 알을 품게 하는 것이지
배추 씨 몇 개를, 후투티 몇 마리를
세상 속으로
불러내고 보여주는 것이지...
그렇지. 시인의 무덤에 명주나비가 날아들고, 후투티가 노래해야지.
시집 속에는 시인 조정권, 권명옥 선생들의 죽음과 또 이름이 나오지 않는 시인들의 죽음이 나온다.
선생은 1942년생. 어느새 우리 나이로 80.
돌아간 이들은 남아 있는 이들을 통해 기억된다.
[출처] 이건청 시집 <실라캔스를 찾아서>|작성자 생각을담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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