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방/오늘 또 읽는 시

시인의 무덤/ 이건청

청개구리 2022. 7. 9. 07:38

이건청 시인의 시집 <실라캔스를 찾아서>

실라켄스는 육지 척추동물의 조상 물고기로 화석으로만 발견됐단다. 그런데 이 물고기가 1938년 발견됐다. 시인은 시 '실라캔스를 찾아서' 앞에 이렇게 말한다. '진화의 대세를 부정하면서 6천5백만 년을 견뎌온 실라캔스, 그 부정과 저항의 정신에 이 시를 바친다.'

 

시인의 무덤

 

시인의 무덤엔

시인의 팔 다리나, 눈 코 귀 입이나

손톱 발톱이나 머리칼 같은 것이

묻히는 것이 아니라

목련꽃이나 영산홍 같았던

전 생애가 묻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원 회원이나

문화훈장 같은 것이

묻히는 것이 아니라

가령, 김종길 시인이 서른 살 무렵에 쓴

'성탄제' 같은 시 한 편이

시인 무덤의 빗돌로 서서

쉼 없는 생명을 불러내주는 것이지

한 생애의 시가

장다리꽃 쪽으로

명주나비를 부르고

후투티 같은 새들을 불러

둥지에 알을 품게 하는 것이지

배추 씨 몇 개를, 후투티 몇 마리를

세상 속으로

불러내고 보여주는 것이지...

그렇지. 시인의 무덤에 명주나비가 날아들고, 후투티가 노래해야지.

시집 속에는 시인 조정권, 권명옥 선생들의 죽음과 또 이름이 나오지 않는 시인들의 죽음이 나온다.

선생은 1942년생. 어느새 우리 나이로 80.

돌아간 이들은 남아 있는 이들을 통해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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