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행 舒川行
성 춘 복
바다가 보임직한 길을
우리 내내 달렸습니다
키 작은 해바라기의 천인국
노랗고 뜨거운 길을
맨발로 뛰었습니다
부용꽃 새 빛깔 익히며
너는 꽃게의 붉은 등을 타고
늦은 한낮의 걸음이 되었고
나는 잔솔밭에 허리 꺾여
땀방울로 매달렸습니다
파도 소리 몰려가는 서쪽 하늘
간끼밖에 더 얻을 것 없는
헌 망태기 벗어 놓고
물 빠진 모래펄 밀어붙이며
진탕길을 손 붙들어 걸었습니다
아무리 살펴도 모래바람뿐
더운 날의 서해는 구름이었고
내가 쉴 섬 하나
내가 앉을 자리로 점찍으며
파도 건너 바위로 깊이 묻었습니다.
-제8시집 「길 하나와 나는」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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