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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행/ 성춘복

청개구리 2022. 10. 1. 12:24

서천행 舒川行

                                 성 춘 복   

 

 

바다가 보임직한 길을

우리 내내 달렸습니다

키 작은 해바라기의 천인국

노랗고 뜨거운 길을

맨발로 뛰었습니다

 

부용꽃 새 빛깔 익히며

너는 꽃게의 붉은 등을 타고

늦은 한낮의 걸음이 되었고

나는 잔솔밭에 허리 꺾여

땀방울로 매달렸습니다

 

파도 소리 몰려가는 서쪽 하늘

간끼밖에 더 얻을 것 없는

헌 망태기 벗어 놓고

물 빠진 모래펄 밀어붙이며

진탕길을 손 붙들어 걸었습니다

 

아무리 살펴도 모래바람뿐

더운 날의 서해는 구름이었고

내가 쉴 섬 하나

내가 앉을 자리로 점찍으며

파도 건너 바위로 깊이 묻었습니다.

                          -8시집 길 하나와 나는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