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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병점/ 박영배

청개구리 2022. 9. 17. 07:04

다시 병점*

                                  박 영 배          

 

 

천안행 전철

차창에 스치는 낯익은 흔적들

 

‘30년 전통 선짓국’

빨간 벽돌 교회당 문간판 바꿔 달고 

 

제 아비 찾아 나선

작은 아이 하나 보인다

 

천릿길

어린 가슴 할퀴는

 

간이역

저 핏빛 노을

 

노선 잃은 철길에 얹혀

세월의 불친절한 이방인이었을 뿐

 

내 어디쯤 와 있는가

다시 병점에서

 

저녁해의

짧은 작별의식처럼

 

선짓국집 붉은 휘장이 방향 없이

힘차게 나부끼고 있다.

 

*우희정의 수필 「다시 병점」을 시 형태로 변용하였다.

 - 『문학시대』 2022년 여름호

 

병점역(2000년)
1957년 준공, 2003년 철거(자료: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