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방/오늘 또 읽는 시

숨은 벽/ 임경순

청개구리 2020. 7. 13. 09:55

 

  숨은 벽              

                       - 임 경 순                

 

 

백운대 인수봉 사이

간절함이 숨어 있다

여름 끝 가을 문턱 사이

그리움이 숨어 있다

깊은 계곡 징검돌 사이

망설임이 숨어 있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사이

긴 포옹이 숨어 있다

칡꽃 달맞이꽃 사이

짧은 입맞춤이 숨어 있다

앙상하기 그지없는 나무뿌리

무엇을 들킨 것인지

심장 속 응어리로 박혀

숨쉴 때마다 결린다

바람에 살점 물어뜯기며

까마득히 숨어 있는 

저 벽의 침묵

                           

                     - 시집 「숨은 벽」 2016

'시인방 > 오늘 또 읽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향 2/ 권명옥  (0) 2020.08.03
배론/ 권명옥  (0) 2020.07.31
물 속의 길/ 김현숙  (0) 2020.07.13
도레미 잔술집/ 임경순  (0) 2020.07.09
들꽃/ 함동선  (0) 202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