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방/박영배 시인

의림지

청개구리 2020. 12. 3. 17:45

 

제천 의림지·용두산

의림지

                                     

                                  - 박 영 배

 

 

험산 밟고 넘으면

돌산 두엇 길 막고 서서 키 늘인다

처녀치마꽃 통치마 꼬리에 홀려

보라색 귓불 조몰락대면서 된비알을 오른다

도둑비 맞고 웃자란 길섶 개똥쑥들이

‘뒷일 누가 알것어’ 빈정거린다

이제는 늦단풍 와도 돌볼 길 없는

고갯길 넘나드는 모시나비

날갯죽지 생채기가 아물지 않는다

동틀 녘에 으스름달 뜨는

까치산 아래 깊숙이 들앉히고

사랑에 눈먼 산꽃나무 하나 키울 것을

내 온 길 되짚을 봇짐 꾸리는데

뒷산 기슭의 늙은 소나무들

물 말라 여윈 못에 장맛비 불러들이며

빙어 떼 돌아오려나

서릿발이 치면 못물 맑아지려나

그 생각뿐이다.

 

                                     - 문학시대 202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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