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
- 박 영 배
험산 밟고 넘으면
돌산 두엇 길 막고 서서 키 늘인다
처녀치마꽃 통치마 꼬리에 홀려
보라색 귓불 조몰락대면서 된비알을 오른다
도둑비 맞고 웃자란 길섶 개똥쑥들이
‘뒷일 누가 알것어’ 빈정거린다
이제는 늦단풍 와도 돌볼 길 없는
고갯길 넘나드는 모시나비
날갯죽지 생채기가 아물지 않는다
동틀 녘에 으스름달 뜨는
까치산 아래 깊숙이 들앉히고
사랑에 눈먼 산꽃나무 하나 키울 것을
내 온 길 되짚을 봇짐 꾸리는데
뒷산 기슭의 늙은 소나무들
물 말라 여윈 못에 장맛비 불러들이며
빙어 떼 돌아오려나
서릿발이 치면 못물 맑아지려나
그 생각뿐이다.
- 문학시대 202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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