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포(淸泠浦)
- 박 영 배
저만치
오두막 하나 앉혀 놓고
종일 북쪽 하늘만 바라보는
아이 하나 보인다
깎아지른 바위절벽 아래
휘감아 도는 물살이 차가워
늙은 소나무만 타고 올라
흩어진 까만 상투머리 위로
나뭇가지 움켜쥐고 버티는 여린
손가락에 피가 맺힌다
놀아 줄 동무는
비명소리로만 오고
미안하다
너에게 갈 수가 없다
피라미떼도 송사리떼도
이제는 강물을 거스르지 않는다
애기똥풀도 왕질경이도
꽃망울을 터뜨릴 생각이 없다
배도 사공도 떠난 빈 나루에 앉아
너 대신 맘껏
통곡이나 하다 가련다
얘야.
- 시집 「술이나 한잔」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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