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바람에 날려
여기 화사하게 봄꽃 피었소
이 꽃길 달리며 그대를 만나오
언제인가 가로수들 잎 덜어낼 때
늦단풍 몸부림을 달래주면서
문득문득 그대 생각했었소
태워줄 이도 태워달라는 이도 없는
조수석 문짝이 힘깨나 써야 열리더라고
말수 적던 내 그림자가
오늘은 옆자리에 몸 늘이고 앉아서
툭툭 농이나 던지며 이기죽대고 있소
산모롱이 따라 핸들 급히 꺾으면서
꽃들 틈에 숨어 낯가리는 그대를 찾소
호숫길이었나 소슬길이었나
캄캄하던 터널 속 겨우 헤어나면서
이어지는 꿈길 같은 꽃길에서
그대 언뜻언뜻 곁에 있는 것 같아
화르르화르르 꽃잎 흩날리기 전에
나비
바람에 날려
비어있는 자리
그대 옆머리에 꽂아 놓고 싶어
앙증한 꽃가지 하나 부러뜨렸소.
-시집 「나비 바람에 날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