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 박영배 오늘 같은 날* 산괴불이 진다 애목련은 꽃잎을 떨어트리고 무늬호장초는 색깔 바래느라 분주한데, 이 순간 어디쯤에서 애호랑나비의 분신은 탈피하고 있을까 족도리풀은 시침을 뗀다 저 느긋한 모란의 도도한 자태라니 … ‘일찍 핀 꽃 잘난 척 말라’ 탱탱한 꽃잎이 파르르 떨린다 아! 오늘 같은 날. *우희정 작가의 수필 「어이 배기랴」를 변용함 시인방/박영배 시인 2024.04.19
수필로 쓰고 시로 읽는 2/ 박영배 나의 하찮은 벗들과 놀기 중고서점에서 나의 오래된 시집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손때로 낡은 그것을 가판대에서 뽑아 들고 온갖 상념에 잠기곤 한다. 그러다가 나의 시집이 또 어느 사람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번진다. 빽빽이 들어선 서적들 틈을 비집고 나와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넉넉지 못한 낯선 눈길과 손길을 마다하지 않고 맞이하는 나의 분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애틋한 마음과 함께 시 쓰는 일에 새로운 의욕과 용기가 솟는 것을 느낀다. 세상에서 잊힌 것 같던 옛 작품이 누군가의 손에 들려 와 가난한 이들과 가깝게 사귀는 현장에서 나의 창작활동이 이전과는 다른 쓸모와 보람을 찾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문학으로서의.. 시인방/박영배 시인 2024.03.08
隨筆로 쓰고 詩로 읽는/ 박영배 우리에게 소중한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하나같이 중요해지는 문제가 있다면 ‘관계’를 맺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계는 우리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대상들을 각별한 의미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오랫동안 삶 자체를 지배한다. 그러나 관계는 다정한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때로는 서로를 모질게 헐뜯고 괴롭히는 고약한 얼굴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즈음처럼 각박한 일상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으면서 고운 관계를 만들어 간다면 누구나 타인의 삶에 위안과 활력을 주는 귀한 존재가 될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도 우리에게 속삭이지 않던가. “장미를 위해 네가 들인 시간만큼 장미는 너에게 소중해지는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 비바람 그친 뒤 지붕에서 굴러내리는.. 시인방/박영배 시인 2024.01.29
상남 성춘복 시인 미수기념 시전집 봉정식, 제1회 상남문학상 시상식(사진) 상남 성춘복 시인 미수기념 시전집(1.2권) 봉정식, 제1회 상남문학상(수상자 조영수 시인) 시상식, 문학시대 신인상(유상민 외) 시상식이 2023년 12월 5일 11시 문학의집서울에서 열렸다. [출처] CACAO STORY 캡처 2023. 12. 5 사진/시인, 모임 2023.12.07
엽서/성춘복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엽서/ 성춘복. 엽서/성춘복 어둔 눈에 호롱불 밝혀 놓고 늘 기 억 사 하 노 며 라잘디잘게 써 보냈지 또꽃씨마다 불 심지를 꽂아 앞 서 뒤 거 서 나 거 나가슴 속 깊은 데 묻어두었지 한 해가 저문다. 힘든 시간들과 싸우며 버텨낸 것 그 이상 중요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올해 반도 안 8000만의 사람들 흔들리는 촛불처럼 살았다. 일본, 미국, 중국으로부터 차이고 까인 시간들 잊지 말자. 손바닥에 호호 입김을 불며 서로의 손을 따숩게 잡아 주자. 세월의 어둠 안에 작은 호롱불 밝혀두고 늘 기억하며 사노라, 사랑하는 이에게 엽서를 쓰자. 힘든 당신, 곁에 있으니 참 좋았다. [출처] 서울신문. 2019. 12. 27. 시인방/성춘복 시인 202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