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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시인 별세

청개구리 2023. 10. 10. 19:47

한국 여성 시단의 대표 원로 김남조 시인 별세…향년 96세

 

김남조 시인 (사진: 연합)
 

삶의 깨달음과 사색을 꾸준히 시어에 담아낸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인은 1927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1948년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재학 중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목숨',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며 사랑과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 '사랑의 시인'이라 불린다.

 

숙명여대 교수를 지낸 고인은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방송공사 이사 등을 역임했다.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6년 대한민국예술원 문학 부문예술원상,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은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한 '아가페적 사랑'을 강조하기도 했다. 2005년 발표한 '기도'를 통해 고인은 각자의 가식 없는 영혼과 정직한 심정 그리고 꺾일 수 없는 청원을 찾아보게 된다"며 겸허한 귀의심 등을 모두 주님께 고한다"고 밝혔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적 확인 문구'로 고인의 시 '편지'의 구절인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가 제시되어 수많은 수험생의 마음을 어루만져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인의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고(故) 김세중(1986년 작고)이며, 유족으로는 딸 김정아 씨와 아들 김녕, 김석, 김범(설치미술가)씨 등이 있다.

 

발인은 12일.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출처]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2023.10.10.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런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빛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