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방/박영배 시인 57

교수들이 뽑은 2024년 사자성어

뛸 도(跳), 들보 량(梁), 밟을 발(跋), 뒤따를 호(扈)의 한자로 이뤄진 '도량발호(跳梁跋扈)'의 뜻은 '권세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하다'는 뜻을 말한다. '도량발호'는 2024년 12월 2일까지 교수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교수들은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데 권력을 선용해야 함에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남한강에서> 낭송/ 김정미

남한강에서                             박 영 배(낭송: 김정미)  그리움은 끝내슬픔으로 오는가 스러져가는 눈빛에 이끌려강가의 갈잎들 물결로 일렁이고 봄빛 화사한 거리에서어스레히 먼 산들 돌아앉은시린 하늘 끝 스산한 들판을 거닐며미친 듯 너를 불러보지만 새벽을 기다리는 적막 속어둠별로 떠가는 바람길너는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으니 어찌 너를 두고 잠들 수 있으랴오늘은 강 언덕에 올라서지만발소리 죽이며 나를 따라 흘러오는저 강 어둠을 거슬러 별빛보다 더 고운물안개로 스며들 것 같은 허우적거리며 가슴을 딛고 일어서는*숨 찬 노을로 안겨 올 것 같은 저물면서 더 붉어지는그리움이라고 밤 깊어 나를 에워 돌던 강지쳐 잠든 갈대들 곁으로 다가와나 대신 눈 비비며내 앞에 서네. *성춘복 시인의 「나..

올챙이국수

올챙이국수    사람 하나 보고 왔시유 츰에는 아이덜 핵교 보낼 요량으로 송아지 두어 마리 쳤쥬 근디 쇳값이 똥값이 되니 으떻해유 시집올 때 받은 금반지 금목걸이 여남은 돈 몽땅 내다팔어 국시집 냈지유 고것들 장롱 속에 꼭꼭 뫼셔 놔 봤자 별수 있나유 여기 옥시기가 원채 유명하잖유 아이덜 아부지유? 하이고 말두 말아유 그 인간 여태 살아 있으먼 지가 이 고상을 했것어유 그려두 요 올채이국시가 우리 집 가장 노릇 지대로 해왔구먼유 얼매나 든든헌지 몰라유 국시가 생긴 모양새는 그려두 맛 하나는 기가 맥혀유 미끈미끈혀서 잘두 넘어가구유 보아허니 고향 분 같은디 머라 머라 혀도 손맛은 우리 그기 여자덜이 최고잖유? 오늘은 손도 많지 않은디 국시 웬만치 끓여 놨응께 모지르면 찬찬히 더 들구 가셔유 비는 오구 바쁠..

오늘 같은 날/ 박영배

오늘 같은 날* 산괴불이 진다 애목련은 꽃잎을 떨어트리고 무늬호장초는 색깔 바래느라 분주한데, 이 순간 어디쯤에서 애호랑나비의 분신은 탈피하고 있을까 족도리풀은 시침을 뗀다 저 느긋한 모란의 도도한 자태라니 … ‘일찍 핀 꽃 잘난 척 말라’ 탱탱한 꽃잎이 파르르 떨린다 아! 오늘 같은 날. *우희정 작가의 수필 「어이 배기랴」를 변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