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춘복 시학의 심연 ― ‘그림자놀이’를 위한 몇 개의 주석 박영배(시인 · 문학평론가, 전 세명대 교수) 시작하며어리석음의 미학으로나의 너에 비추어지는엇갈림, 그 침묵의 언어들끝내며 1. 시작하며 긴 겨울밤을 그림자놀이로 즐겁게 보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등잔불 곁에 다가앉아 번갈아 가며 손과 손목을 움직여 우스꽝스럽거나 신기한 형상의 그림자를 만들어 보이면서 일찍 찾아든 깜깜나라의 따분함과 짜증스러움을 멀리 밀어내곤 하였다. 그림자놀이는 불빛이나 햇빛을 이용하여 그림자를 만들며 즐기는 놀이로 흔히는 누가 실물과 더 근사하게 만드는가를 경쟁하기도 하지만 편을 갈라 어느 편이 더 많이 다채롭게 만드는가를 내기하는 경우가 많다. 편을 갈라 놀이할 때는 한편에서 토끼를 만들면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