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 잔술집 - 임 경 순 비 내리는 예물 보석 상가 뒷골목 밤이 짙을수록 어둠의 빛 눈이 시리다 검은 건반만큼이나 좁은 인도 옆 소주든 막걸리든 종이컵 한 잔 천 원 바래진 노랑 천 간판에 빨강 파랑 글씨가 펄럭인다 의자 서너 개 놓여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역대 예고 없는 비 피하며 옹기종기 이러쿵저러쿵 하루가 단조로 연주된다 한 옥타브씩 올리려 얼굴 붉히고 때론 핏대를 마디 삼아 되돌이표에 머문다 독립선언 발상지가 멀지 않은 종로 3가 혼자 찾아가서 홀로 마신다 안주는 날마다 내용이 다르니 가벼운 주머니 체면은 한 잔 술이 비워지기까지 빗소리 숨기고 편곡 중이다 - 시집 「씨앗의 집」(혜화시동인회 제4집)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