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춤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여려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소리는 하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 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涅槃)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설워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形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