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방/성춘복 시인 33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성춘복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 성 춘 복 나를 떠나보내는 강가엔 흐트러진 강줄기를 따라 하늘이 지쳐간다 어둠에 밀렸던 가슴 바람에 휘몰리면 강을 따라 하늘도 잇대어 펄럭일 듯한 나래 같다지만 나를 떠나보내는 언덕엔 하늘과 땅 사이를 거슬려 허우적이며 가슴을 딛고 일어서는 내게만 들리는 저 소리는 무언가 밤마다 찢겼던 고뇌의 옷깃들이 이제는 더 알 것도 없는 아늑한 기슭의 검소한 차림에 쏠리워 들뜸도 없는 걸음걸이로 거슬러 오르는 게 아니면 강물에 흘렀던 마음이 모든 것을 침묵케 하는 다른 마음의 상여로 입김 가신 찬 동혈(洞血)을 지향하고 아픔을 참고 피를 쏟으며 나를 떠나보내는 강으로 이끌리어 되살아 오르는 게 아닌가 강 너머엔 강과 하늘로 어울린 또 하나의 내가 소리치며 짙은 어둠의 그림자로 비쳐 간다...

뻐꾹새 운다/ 성춘복

뻐꾹새 운다 - 성 춘 복 뻐꾹새 운다 내 꿈의 어둔 층계를 딛고 저녁이면 돌아눕는 산 그 산의 숲 어디서 못 견디게 설운 뻐꾹새 운다 너무도 가난하여 나는 늘 혼자이고 달이 밝지 않아도 외진 골방 인연 따위도 춥다 느끼며 어디서 뻐꾹새 운다 타다 남은 놀 끌어다가 불길 당기고 꽃들은 피었다 시들어 가슴엔 시린 눈발 뻐꾹새 운다 몇 점 별빛은 떠서 내 마음 병으로 깊어가는데 눈물 속 이 적막 오, 사랑이여 나도 산꽃처럼 슬퍼 뻐꾹새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