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의 바다 비알에 널브러져 있는 도화 꽃빛이 좋아서 눈길을 팔다 ‘만어사’라는 이정표를 보았을 때 내 생각은 만 갈래로 흩어져 나갔다. 절이름의 단순한 느낌보다는 ‘만어’라는 어감이 주는 상상이 만 갈래를 쳤기 때문이다. 촌로에게 길을 묻자 ‘만어사(萬魚寺)’, 곧 그곳에는 1만 마리의 물고기가 산다고 했다. 누천년을 이어온 산고의 애달픔이 새까맣게 몸을 태워 이젠 푸른 몸뚱이로 유영(遊泳)한다니…. 언덕보다 높은 곳에서 손만 대면 와르르 쏟아지는 물고기떼, 긴 세월 그치지 않고 아직도 계속 산통(産痛)을 하고 있다는 그곳으로 길을 돌렸다. 가도 가도 길은 끝이 없는 듯하다. 좁고 비탈진 산길은 위태위태하여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잘못 든 길인 양하여 돌아서려고 해도 낭떠러지 외길이라 그마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