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의 하계동정/문학
해변시인학교
-시인과 독자가 만나는 큰 잔치

황금찬 / 시인
1985년도 하계 해변시인학교는 서해안 몽산포에서 7월 26일∼29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을 성황리에 모두 끝마치었다.
이 해변 시인학교는 금년도까지 제7회 째가 된다. 그 첫 회는 1979년 여름 동해 구룡포에서 열렸었고, 그 2회는 1980년 여름 서해안 만리포에서 성대하게 열렸고, 그 3회는 1981년 여름 동해안 인구 죽도에서 열렸으며, 그 4회는 1982년 여름 강릉 초당 해변에서 열렸다. 그리고 그 5회는 1983년 여름 포항에서 개최되었으며, 그 6회는 1984년 여름 속초에서 열리었고 그 7회는 1985년 금년 몽산포에서 열리었다. 그렇게 하여 금년까지 열린 횟수는 7회에 달하고 있다.
이 하계 해변 시인학교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학교이며, 오직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학교이다. 그런데 이 해변 시인학교가 생기게 된 데는 한 가지 큰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故) 박목월 시인이 늘 마음에 두고 생각하던 사업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이 이 나라에 예술학교를 두고자 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뜻은 이루지 못하고 타계하고 말았다. 박목월 시인의 장남이고 서울대학교 교수이며 문학평론가인 박동규가 아버지의 뜻인 예술학교의 꿈을 어떤 의미에서 이루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해변시인학교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비록 정규학교는 아니지만 그러나 박목월 시인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런 해변시인학교를 통해서라도 이루어 보자는 것이 자그마한 뜻이 된다. 그리고 해변 시인학교 모든 주관은 심상사가 한다.
해변 시인학교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갖는다. 해변 시인학교를 처음 시작할 때 이 목적을 두고 시작했다는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1. 시를 이해시킨다.
가. 시를 통하여 국어순화에 동참한다.
나. 시를 통하여 국민정서를 가다듬게 한다.
다. 시를 통하여 생활 사상을 정립시킨다.
2. 시인과의 만남
가. 시인과 대화한다.
나. 시를 생활화 할 기회를 갖는다.
다. 시를 써 볼 수 있는 의욕을 많이 갖게 한다.
3. 시의 독자를 확대시킨다.
가. 누구나 시를 읽을 수 있도록 한다.
나. 시를 쓰는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4. 시를 통하여 나라를 사랑한다.
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시를 통하여 얻는다.
나. 하늘의 마음이 시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다. 시는 선의 꽃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해변시인학교는 이상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리고 해마다 그 해에 실천할 수 있는 주제를 세운다.
1985년 금년의 실천 주제는
1. 나라 사랑
2. 가정 사랑
3. 자기 사랑
이렇게 3가지로 정했다.
제7회 해변 시인학교에 입교를 신청한 독자들의 수는(심상사를 통해) 모두 176명, 이 수를 대개 한 가족에 20명씩 하여 8가족으로 나누었다. 대개 남녀 대학생들로 이루어졌고, 얼마의 직장인들과 주부들도 있었다.
작년부터 독자들과 시인들의 눈길을 모은 한 노인이 있었는데, 그분은 75세의 고령으로 작년에 참석하였었는데 금년에도 잊지 않고 또 찾아와 참석하였다. 고마웠다. 반갑게 인사를 하며 어떻게 다시 오셨느냐고 물었다.
"기다렸지요. 이 해변시인학교에 정이 들어서요. 오지 않을 수가 있어야지요. 해마다 올겝니다. 내년에도 또 올겝니다."
우리는 모두 웃었다. 그 노인은 겸손하고 인격이 높은 분이었다.
해마다 그렇지만 제7회 해변시인학교에 참석해 준 시인들이 참으로 많았다. 본래는 해변시인학교에 참석할 시인들의 시를 각 2편씩 심상 8월호에 실었는데 거기에 실린 시인들의 수는 125명에 달했다. 그 시인들이 다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상당수의 시인들이 몽산포를 찾아 왔었다. 참석한 시인들의 이름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여기에 몇 명만 적어보면 김남조(金南祚), 김광림(金光林), 김종원(金鍾元), 박희진(朴喜璡), 성춘복(成春福), 조병화(趙炳華), 홍완기(洪完基), 정한모(鄭漢模), 구상(具常), 권국명(權菊命), 김제현(金濟鉉), 박이도(朴利道), 유승우, 신규호(申奎浩), 이탄(李炭), 이근배(李根培), 이병훈(李炳勳), 정진규(鄭鎭圭), 권택명, 엄한정(嚴漢晶), 구재기(丘在期), 김명배(金明培), 김석(金汐), 이명수(李明洙), 한광구(韓光九), 이태수(李太洙), 신달자, 차한수(車漢洙), 박현태(朴鉉泰), 김영태(金榮泰), 이건희(李健喜), 황금찬(黃錦燦) 등 외 60여 명의 시인들이 참석하였으니, 모두 치면 시인만 90여 명에 달했고 독자 170여 명을 합치면 260여 명의 대가족이 몽산포 해변에서 3박 4일의 일정을 보람있게 보내게 된 것이다.
독자들을 가족별로 나누고 각 반마다 시인들로 하여금 담임을 두고 그 담임이 그 반을 통솔케 하였다. 담임에는 정담임과 부담임을 두었는데 모두 시인들로 이루어졌다.
행사 일정을 보면 오전엔 특별강연, 그리고 오후 1시까지 해양훈련, 점심이 끝나면 휴식, 휴식 후엔 배구 등 운동경기, 저녁 후엔 각 반이 분리되어 밤 담임이 정한 주제를 놓고 토의, 그때 본부에 연락하고, 시인을 몇 명씩 초대하여 그 시인에게 독자들이 시와 문학 전반에 대하여 평상시 알고 싶었던 문제들을 문제별로 질의케 한다.
밤 9시 후에는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시인과 독자들이 시 낭독을 하고, 그때 시극이며 즉흥연극을 보여준다.
반별 경연대회도 있어 특유의 창작이며 웃음꺼리가 등장한다. 시 낭독이며, 노래로 반을 대표하기도 한다.
제7회 해변시인학교에서는 예년에 없던 일을 한가지 더하였는데, 지방 중학교에 연락하여 3회에 걸쳐 학생들에게 시인과의 만남, 또는 대화, 강연을 몇 번 실시하였다. 그리하여 큰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28일에 2회에 걸쳐 중학생들이 해변시인학교를 찾았고, 29일에 6명의 시인들이 읍내 중학교를 방문하여 시와 학생, 시와 생활에 대한 강연을 했다. 여기에 참가했던 시인들은 박희진, 윤강로, 유승우, 신규호, 이근배 등 여러 시인들이었다.
그리고 특강을 해준 시인들은 다음과 같다.
26일 오후 4시 구상 시인
27일 오전 10시 조병화 시인
11시 정한모 시인
29일 오전 10시 본인(황금찬)
28일 밤 9시부터 촛불놀이를 개최했다. 촛불을 들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다. 개인별 또는 가족별로 경연하여 상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 심사위원장은 이근배 시인, 가족별 연극, 시극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장은 김종원 시인, 모든 진행은 언제나처럼 이명수 시인이 맡아보았다.
그 촛불 경연대회가 끝나고 가족별로 이별잔치가 열리었다. 초대하고 싶은 시인들을 초대하여 거의 밤을 새워가며 시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28일 밤 자정에 시자정 백일장이 열렸다. 각 가족 담임에게 백일장 시제를 전하고 담임은 가족장(가족의 대표. 일반학교로 말하면 반장에 해당함)을 통하여 시제를 전달함. 백일장 시제는 3가지임.
이 시제는 시제위원들이 정하였다.
시제 위원은 박희진, 성춘복, 신규호, 유승우, 홍완기, 시제는 "포구(浦口)" "섬(島)" "솔밭(松田)". 밤을 새워 쓴 시가 제출되고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했다. 당선작들에게 표창을 했다. 해변 시인학교 이사장은 유익순(박목월 시인의 부인), 교장은 황금찬, 시인학교 운영을 맡아보는 이는 박동규 교수이다.
대개 이런 순서로 제7회 해변 시인학교의 행사는 대과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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