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05

김현숙 시인

김현숙 시인​‘여름 한기'는 앓아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그 낭패스런 참담을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다.어느 여름, 나는 이별이란 기막힌 추위 앞에 서게 됐다. 확확 단내를 일으키는 바깥 바람으로도 얼어 있는 내 심사를 녹일 수는 없었다. 오랜 시간에 쌓은 정리와 믿음을 털어내야 할 불운보다 스스로 가누어야 할 이성이나 지혜의 마비에 더욱 못 견디었다. 늘 주변에 널려있던 잠언과 감미로운 음악 속에서도 나는 고통스러웠다.​나는 그때 처음으로 술의 끊임없는 유혹을 느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 속에서 뿐이었다. 체질적으로 술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고, 또 무엇인가의 사건해결을 맑은 생각으로 풀어온 지금까지의 생활습관에 어긋나기도 싫었다. 당면한 상황을 피해버리기보다는 마주보며 앓는 쪽을 택해 왔기..

김광림 시인 별세

김광림시인 한국시인협회장 영결식 안내입니다.  〓 6월 11일 09시 서울대학병원 영결식장진행: 이채민(사무총장)인사 : 김수복 장례위원장조사 : 권택명 시인조시 : 이건청 평의원연보 : 이채민 사무총장시낭독 : 김추인 시인유족인사 : 유족대표  〓연보 : 본명은 ‘忠男’이시며 光林은 필명.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출생. 2024년 6월 9일 별세(향년 95세)1936년 원산 용동공립보통학교 입학.1943년 개성 송도중학교 입학. 오지호 화백이 미술교사 김우종과 동기1945년 원산 공립중학교에 편입. 李浩哲 崔仁勳 등이 있었음1947년 평양종합대학 역사 문학부 외국문학과 입학.1948년 박두진과 구상을 만나 《연합신문》 민중문화란에 문풍지> 로 시작활동1949년 경기도 여주군 북내국민학교 준교사로 부..

성춘복 시인 별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지낸 성춘복 시인 별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성춘복 시인이 22일 오전 6시 55분께 별세했다고 문인협회가 전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1936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공원 파고다', '복사꽃 제(祭), '네가 없는 이 하루는', '마음의 불', '봉숭아 꽃물' 등 50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월탄문학상, 한국예술문화대상, 펜문학상, 서울시문화상 등을 받았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우희정 씨와 아들 원영·동현 씨, 딸 아경·희진 씨, 사위 이재의·강민 씨, 며느리 선상희 씨 등이 있다.빈소는 서울대병원장례식장 9호실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7시, ..

오늘 같은 날/ 박영배

오늘 같은 날* 산괴불이 진다 애목련은 꽃잎을 떨어트리고 무늬호장초는 색깔 바래느라 분주한데, 이 순간 어디쯤에서 애호랑나비의 분신은 탈피하고 있을까 족도리풀은 시침을 뗀다 저 느긋한 모란의 도도한 자태라니 … ‘일찍 핀 꽃 잘난 척 말라’ 탱탱한 꽃잎이 파르르 떨린다 아! 오늘 같은 날. *우희정 작가의 수필 「어이 배기랴」를 변용함

수필로 쓰고 시로 읽는 2/ 박영배

나의 하찮은 벗들과 놀기 중고서점에서 나의 오래된 시집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손때로 낡은 그것을 가판대에서 뽑아 들고 온갖 상념에 잠기곤 한다. 그러다가 나의 시집이 또 어느 사람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번진다. 빽빽이 들어선 서적들 틈을 비집고 나와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넉넉지 못한 낯선 눈길과 손길을 마다하지 않고 맞이하는 나의 분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애틋한 마음과 함께 시 쓰는 일에 새로운 의욕과 용기가 솟는 것을 느낀다. 세상에서 잊힌 것 같던 옛 작품이 누군가의 손에 들려 와 가난한 이들과 가깝게 사귀는 현장에서 나의 창작활동이 이전과는 다른 쓸모와 보람을 찾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문학으로서의..

隨筆로 쓰고 詩로 읽는/ 박영배

우리에게 소중한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하나같이 중요해지는 문제가 있다면 ‘관계’를 맺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계는 우리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대상들을 각별한 의미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오랫동안 삶 자체를 지배한다. 그러나 관계는 다정한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때로는 서로를 모질게 헐뜯고 괴롭히는 고약한 얼굴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즈음처럼 각박한 일상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으면서 고운 관계를 만들어 간다면 누구나 타인의 삶에 위안과 활력을 주는 귀한 존재가 될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도 우리에게 속삭이지 않던가. “장미를 위해 네가 들인 시간만큼 장미는 너에게 소중해지는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 비바람 그친 뒤 지붕에서 굴러내리는..